인류의 역사 전반에 걸쳐 인간은 물질을 더 유용한 형태로 바꾸려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석기시대에는 돌을 쪼개 도구를 만들고, 나무를 조각해 조각상과 장난감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물질의 성질 자체는 그대로 두고 형태만 바꾸는 데 집중했지만, 지식이 쌓이면서 점차 물질 자체를 변형하려는 시도로 나아갔다. 점토는 도자기로, 가죽은 말려서 옷으로, 구리 광석은 도구와 무기로, 곡물은 빵으로 만들어졌다.
불을 다루는 법을 익힌 인간은 이를 이용해 요리하고, 도자기를 굽고, 금속을 제련하면서 화학(Chemistry)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물질에서 특정 성분을 분리해 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알로에, 몰약, 아편 같은 약물이 식물에서 추출되었고, 인디고와 티리언 퍼플 같은 염료도 동식물에서 얻었다. 또한 서로 다른 금속을 결합해 합금을 만들었는데, 구리와 주석을 섞어 청동을 만들고, 더 정교한 제련 기술로 철강을 생산했다. 타고 남은 재에서 알칼리를 추출해 지방과 섞으면 비누가 되었고, 알코올은 발효로 만들어 증류로 정제했다.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2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6세기에 이미 그리스 철학자들은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논했으며, 흙·공기·불·물의 네 가지 원소로 만물이 이루어졌다는 생각도 널리 퍼졌다. 이후 이집트, 중국, 지중해 동부에서는 화학적 기술과 그리스 철학의 사변이 결합된 연금술이 확산되었다. 연금술사들은 납 같은 비금속을 금 같은 귀금속으로 바꾸고, 질병을 치료하며 수명을 늘리는 묘약을 만들고자 했다.
화학은 연금술에서 출발해 현대 화학으로 이어지며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동식물 같은 천연자원에서 약물을 분리하는 기술이 중요한 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천연자원에서 추출·가공한 물질들은 치료에 큰 역할을 했음에도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여성 건강에 필수적인 프로게스테론은 1935년 의약품으로 출시되었지만 동물성 원료에서 극소량만 얻을 수 있어 가용성이 낮고 가격이 높았다. 코르티손 역시 1940년대에 관절염 등의 치료에 쓰이기 시작했으나, 합성에 36단계의 복잡한 공정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인물이 화학자 퍼시 라본 줄리언이다. 그는 풍부한 원료인 콩에 주목했는데, 이전에 소방용 발포 거품에 쓰이는 콩 단백질 분리법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식물 스테롤을 활용해 프로게스테론을 비롯한 테스토스테론 등 여러 호르몬을 빠르게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코르티손 생산 공정도 개선하며 현대 약물 설계의 토대를 마련했다. 콩과 유사한 식물성 원료가 풍부했던 덕분에 이 약들은 빠르게 보급되어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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