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9. 17:10ㆍ과학/과학사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독일, 프랑스, 영국 각국은 식민지 시장을 두고 다투었다. 어느 나라도 확장 정책을 취하며 전쟁을 불사했다. 폭약은 개량되어 전례 없는 파괴력을 가지게 되었다. 수소 기구가 정찰과 폭격에 이용되었다. 독가스도 사용되었다. 염소가스 등 독가스가 무방비 상태의 병사들에게 쏟아졌다.
제1차 세계대전은 화학자의 전쟁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물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황이 결정되었다. 파괴의 극한 상황이었는 데도 불구하고 독일과 영국의 연구실에서는 대량살상무기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었다. 원자폭탄은 20세기 물질 이해의 성과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뿌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학자가 개발한 독가스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어 무기로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사용한 가스는 염소가스, 포스겐, 최루가스, 머스터드가스 등이다. 치사성 물질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참혹 그 자체였다.

1917년, 윌프레드 오언은 '달콤하고 아름다운'라는 제목의 시에서 독가스 무기가 사용된 전장의 참혹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Dulce et Decorum Est
달콤하고 아름다운
늙은 거지들이 자루 밑에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구부정하게
우리는 굼벵이처럼 걷고, 노파처럼 기침하며, 진흙탕을 뚫고 저주하며 걸었다.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조명탄을 등지고,
멀리 있는 안식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잠이 든 채로 행진했다. 많은 사람들이 장화는 잃어버렸지만,
피로 얼룩진 발로 절뚝거리며 걸었다. 모두가 절름발이가 되었고, 모두가 눈이 멀었다.
피로에 찌들고 술에 취해서, 뒤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가스탄의 쇳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가스! 가스! 빨리, 얘들아! - 더듬더듬하는 황홀경
서투른 방독면을 제때 맞춰서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비틀거리며
불이나 석회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안개 낀 창문과 짙은 녹색 빛 사이로 희미하게
녹색 바다 밑에서 그가 익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내 무력한 시야에 비친 모든 꿈속에서,
그는 나를 향해 달려들고, 질식시키고, 익사시킨다.
질식할 것 같은 꿈속에서, 당신도 그와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우리가 그를 던져 넣은 마차 뒤에서,
그의 얼굴에서 꿈틀거리는 하얀 눈을 볼 수 있다면,
그의 처진 얼굴, 마치 죄에 지친 악마의 얼굴처럼;
그가 매번 흔들릴 때마다 피가
거품으로 오염된 폐에서 나오는 거품,
암처럼 음란하고, 뱉은 것만큼 쓰다.
무고한 혀에 생긴 악성, 치료 불가능한 상처.
친구여, 당신은 절망적인 영광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열정적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낡은 거짓말: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은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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