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3. 00:11ㆍ과학/과학사
물질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생각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였다. 실제 보이지 않아서 항상 논쟁을 일으켰다. 음속의 단위로도 유명한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하는 원자는 '생각 속에나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하처럼 생각한 과학자는 몇 명이었고, 1890년대 후반에는 대부분의 화학자가 수소, 헬륨, 탄소 등 모든 원소는 각각 고유한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음에 어떻게 발전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물리학자들은 이미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전기, 빛, 자력은 모두 간단한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제 좀 더 흥미진진한 연구를 하고 싶었다. 물론 태양에 관한 수수께끼처럼 아직 풀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참고로 어떤 학설에 따르면, 태양은 3만 년 안에 모든 연료를 다 써버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자만심에 대한 일격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물리학 및 화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켜 20세기를 원자의 시대로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윌리엄 크룩스라는 사람이었다.
크룩스는 탈륨이라는 원소를 발견하면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는 심령 현상의 열렬한 연구자로도 유명했다. 그가 심령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필립이라는 동생이 황열병으로 사망한 직후부터였다. 그는 과학자로서 모든 종류의 기이한 현상을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고, 회의론자였지만 공중 부양, 유령, 사람의 도움 없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변하게 된다. 크룩스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본 현상을 절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는 이런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매일 실험실에서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크룩스를 괴롭힌 것은 신기하게 빛나는 유리관이었다. 그는 조수와 함께 밀봉한 유리관 양쪽 끝에 전극을 붙인 진공 방전관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 전극에 배터리를 연결하자 유리관이 밝은 빛을 내는 것을 발견했다. 빛을 내는 것은 내부에 흐르는 미립자 때문에 튜브 안에 넣어둔 작은 날개가 회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일단 '빛을 만드는 물질'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물질이고, 어떤 형태로든 영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이 크룩스관을 개량해 만든 더 강력한 방전관을 사용해서 더 놀라운 발견을 한 과학자가 있었다. 빌헬름 뢴트겐이라는 50세의 평범한 물리학자로, 자신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했던 평범한 물리학자였다. 그는 방전관에 전압을 가할 때마다 옆에 놓여 있던 스크린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하지 말고 조사하라'는 행동 원리에 따라 방전관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조직까지 통과하는 강력한 방사선이 방출되는 걸 발견한 것이다. 이 방사선이 도대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엑스선(X-ray)라고 불렀다. 발표 논문에는 아내의 손 엑스레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엑스선은 사람의 신체 조직도 투과하는 전자기 방사선이다. 새로 발견된 이 엑스선은 의학계에서 가장 먼저 사용하였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과 마찬가지로 그 위험성을 알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이었다. 존 홀 에드워즈라는 소령은 엑스선 촬영에 협조했다가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되어 한쪽 팔을 잃은 일도 있었다. 또한, 과도한 피폭으로 수많은 연구자의 수명이 단축된 건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엑스레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1912년, 결정이 엑스선에 회절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엑스선 결정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했다. 이후 결정학으로 DNA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유전학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모든 엑스선을 사람이 만든 건 아니다. 중성자별이나 회전하는 블랙홀 등 온도가 높은 행성도 다량의 엑스선을 방출한다. 다만 지구상의 생명체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 엑스선은 대기가 쉽게 차단하여 지상에 도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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