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말기에 사자는 「백수의 왕」이라 불렸다. 사자의 라틴어 이름 leo(레오)는 문자 그대로 백수의 왕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자에 관한 여러 전설이 전해졌다. 사냥꾼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꼬리로 발자국을 지우며 걷는다거나, 눈을 뜨고 잠을 잔다거나, 태어난 새끼는 숨을 쉬지 않다가 3일 후 아버지가 숨을 불어넣으면 그리스도처럼 '부활'한다거나 하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들은 『베스티아리(Bestiary, 동물 우화집)』라는 세계 동물 총람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원래 편찬한 사람은 알 수 없지만 그리스인이 서기 1세기 경에 정리한 것이 초판으로, 처음에는 모두 40여 종의 동물이 소개되었다. 이후 수세기에 걸쳐 아랍과 유럽의 학자들이 설명을 추가하며 판을 거듭했다. 아름다운 삽화도 삽입되었지만, 실제 동물과는 점점 멀어져갔다. 이렇게 하여 16세기 경에는 당시로서는 최고의 동물 백과사전이 되었다. 수록된 동물 수가 늘어나면서 '과'별로 분류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아무도 본 적 없는 상상의 동물인 불사조, 용, 유니콘 등도 실려 있었다. 각 동물은 종교적 의미를 지니며, 그 존재는 신의 섭리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육지에 말이 있으니 바다에도 말(해마→해마)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그것이 균형을 중시하는 신의 뜻이라는 논리였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이 생물계에서 대체 어디에 위치할까?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는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같은 의문을 품는 자는 없었다. 우리는 전능하신 신에 의해 동물, 곤충, 식물 등 모든 생명체의 사슬 최상위에 당연하게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인류는 과감히 이 생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계를 관찰, 기록하고 연구하기로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의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가차없이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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