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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

감정의 재등장 — 다윈의 감정 진화론과 투렛 증후군

by 도서관경비원 202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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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인간은 이성적·합리적 존재다. 그러나 '사고'와 '의식' 이 전부가 아님은 분명하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원초적인 감정의 세계를 피해갈 수 없다. 그 감정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해명하려 한 인물이 19세기 최고의 자연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대 파리의 한 병원에서는, 의지와 무관하게 욕설을 내뱉고 몸을 경련시키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새로운 신경학적 질환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 투렛 증후군(Tourette Syndrome) 이다.

켄트의 다운 하우스  에 있는 다윈의 "모래길"은 그의 평소 "생각하는 길"이었습니다.


1. 찰스 다윈 — 감정도 진화한다

🐾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관하여(1872)』

1872년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관하여』를 출판하면서, 모든 인간과 동물조차 현저히 유사한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주장했다. 다윈에게 감정은 문화와 종을 가로질러 추적할 수 있는 진화적 역사를 갖고 있었다 — 당시로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견해였다. 오늘날 많은 심리학자들은 분노, 공포, 놀람, 혐오, 행복, 슬픔이라는 특정 감정들이 문화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 책은 다윈의 『종의 기원(1859)』과 『인간의 유래(1871)』에 이은 진화론 3부작의 마지막 저작이었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이 책이 현대 과학적 심리학의 기초 텍스트라고 주장했다.

 

🔬 다윈의 연구 방법 — 최초의 교차문화 실험

다윈의 감정 연구는 놀랍도록 체계적이었다.

  • 동물 집단 관찰: 개, 고양이, 말 등의 사회적 생활 관찰 → 분노·공포·질투 등 복잡한 감정 표현 확인
  • 사진 비교 실험: 프랑스 의사 뒤센(Duchenne)이 찍은 감정 표현 사진을 여러 나라 사람들의 표정과 비교
  • 선구적 단일 맹검 실험: 켄트의 자택에서 손님 20명 이상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무슨 감정인지 식별하게 하는 실험 수행

다윈의 연구는 매우 광범위했다. 그는 자신을 직접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영아를 관찰하고, 정신과 병원의 의사들과 상담하며, 원주민 사람들의 표정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을 위해 선교사들과 여행자들에게 설문을 보냈다.

 

📊 다윈의 핵심 주장 — 5가지 혁명적 통찰

다윈의 세 번째 핵심 통찰은 감정의 얼굴 표정이 보편적이라는 것이었다. 서구·동방의 문자해독 가능·불가능 문화권에서 얻은 수십 년간의 증거가 다윈의 주장을 강력히 지지했다.

다윈의 주장 내용
표정의 보편성 감정 표현은 인종·문화와 무관하게 동일
유전적 기원 표정은 학습이 아닌 유전에 의해 전달됨
진화적 연속성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은 연속선상에 있음
생존 기능 표정은 생존에 유리한 기능에서 진화
의식적 위장 진짜 감정과 반대 표정을 짓는 것도 진화의 산물

 

🎭 감정 표현의 생물학적 의미

다윈이 자연선택론을 감정에 적용하여 설명한 내용들은 오늘날에도 설득력을 갖는다.

  • 코 주름(경멸): 불순한 것은 냄새로 맡아야 했기에 생존에 유리
  • 분노 시 이빨 드러냄: 상대를 물기 위한 준비 행동
  • 놀람 시 눈을 크게 뜸: 시야를 넓혀 더 많은 정보 수집
  • 입술 위장(의도적 거짓 표정): 다른 형질과 마찬가지로 유리했기에 오랜 세월 획득된 적응

다만 다윈은 얼굴 표정이 그 자체로 생존에 직결되는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인종에 상관없이 동일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 수만 년간 고립된 섬 민족들도 포함해서.

 

⚖️ 다윈 이론의 현대적 계승과 논쟁

다윈의 보편적 감정 이론은 이후 심리학자 폴 에크만에 의해 발전되어, 6가지 기본 감정(분노·공포·놀람·혐오·행복·슬픔)의 보편성 이 교차문화 연구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2012년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은 반론을 제기했다. 문화에 따라 동일한 얼굴 근육 움직임이 다른 감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이 진화적 유산인가, 문화적 구성물인가 하는 논쟁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2. 다윈이 열어젖힌 판도라의 상자

다윈의 이론은 빅토리아 시대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기고한 정신(noble spirit)"을 인간의 특성으로 내세우며 동물과의 차이를 강조했던 아리스토텔레스적 전통이, 다윈에 의해 뿌리째 흔들렸다.

 

"우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으로 기고한 정신 따위를 제시받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더 과학적인 해답을 요구하게 되었다. 인간 행동과 감정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것이 현대 진화심리학, 신경과학적 감정 연구, 비교행동학의 씨앗이 되었다.


3. 투렛 증후군 — 뇌의 복잡성을 상징하는 질환

🏥 담피에르 후작 부인의 비극 (1825년)

투렛 증후군의 역사는 18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의 명의 장마르크 가스파르 이타르(Jean-Marc Gaspard Itard)가 당시 26세 귀족 여성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증상을 프랑스 의학 저널에 보고했다. 담피에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사교 모임에서 갑자기 고함과 비명을 지르거나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고 외설적인 언어를 내뱉었는데, 명백히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이타르도 유효한 치료법을 찾지 못했고, 담피에르 후작 부인은 친구들에게 버림받아 결국 1884년 파리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고독 속에 세상을 떠났다.

 

👨‍⚕️ 질드라 투렛의 공식 기술 (1885년)

1885년 1월, 신경학의 아버지 장마르탱 샤르코(Jean-Martin Charcot) 아래서 수련 중이던 28세의 조르주 질드라 투렛(Georges Gilles de la Tourette) 은 『신경학 기록(Archives de Neurologie)』에 9명의 환자를 관찰한 결과를 발표하며 새로운 임상 범주를 제안했다.

 

이 복잡한 신경정신과 장애는 이후 '투렛 증후군'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운동 장애의 특정 범주로 받아들여진다.

 

1885년 질드라 투렛은 불수의적 운동(틱), 반향언어(echolalia), 반향행동(echopraxia), 욕설증(coprolalia), 이상하고 통제 불가능한 소리를 특징으로 하는 9명의 환자를 기술했다.

 

🧠 투렛 증후군의 신경과학적 이해

1960년대에 유효한 약물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이 장애가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의 전달과 기저핵(basal ganglia) 의 신호 전달과 관련된 기질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현대 신경과학이 밝혀낸 투렛 증후군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특징 내용
발병 시기 주로 아동기(6~8세)
성별 비율 남성이 여성의 약 3~4배
동반 질환 85%에서 ADHD, 강박장애, 자폐스펙트럼 중 하나 이상 동반
신경생물학적 원인 기저핵·피질-선조체 회로 이상, 도파민 신호 장애
유전적 요인 강한 가족력, 유전적 취약성 확인

 

투렛 증후군은 신경정신과 장애로, 갑작스럽고 짧고 간헐적인 운동(운동 틱) 또는 발성(음성 틱)을 특징으로 하는 유전적 요인을 가진 질환이다.


4. 두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 — 감정과 무의식

다윈과 투렛 증후군은 얼핏 무관해 보이지만, 하나의 중요한 주제로 연결된다. 바로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는 의식적 통제를 벗어난 영역이 있다 는 것이다.

 

다윈은 감정 표현이 학습이 아닌 유전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것임을 보였다. 투렛 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몸이 움직이고 말이 나온다. 두 현상 모두 뇌가 의식 아래의 자동화된 회로 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것이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우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더 과학적인 해답을 요구하게 된 이유다. 그 요구는 결국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연구, 그리고 20세기 신경과학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5. 결론

찰스 다윈은 감정을 진화의 산물로 규정함으로써, 감정 연구를 신학과 철학의 영역에서 꺼내 자연과학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투렛 증후군의 발견은 인간의 뇌가 얼마나 복잡하고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가득 찬 기관인지를 상기시켜준다.

 

뇌는 단순히 이성을 담는 그릇이 아니다. 그것은 진화가 수백만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감정, 본능, 자동화된 반응, 그리고 미처 해명되지 않은 무수한 회로들의 복합체다. 다윈이 열어젖힌 이 문을 통해, 현대 신경과학은 지금도 걸어 들어가는 중이다.


참고문헌

  1. Darwin, C. (1872). 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 John Murray.
  2. Ekman, P. (2003). Darwin, Deception, and Facial Expression.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1000, 205–221.
  3. PMC (2009). Darwin's contributions to our understanding of emotional expression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2781895/
  4. Cambridge Core (2023). 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 Darwin's forgotten masterpiece. BJPsych Advances.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bjpsych-advances/article/expression-of-the-emotions
  5. Scientific American (2009). The Evolution of Emotion: Charles Darwin's Little-Known Psychology Experiment.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
  6. Tourette Association of America (2010). 125 Years of Tourette Syndrome. https://tourette.org/resource/125-years-tourette-syndrome
  7. ScienceDirect (2009). Gilles de la Tourette: The man behind the syndrome.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67(5).
  8. PubMed (2004). Pioneers of movement disorders: Georges Gilles de la Tourette. https://pubmed.ncbi.nlm.nih.gov/15168216/
  9. Paris Brain Institute (2026). Tourette's Syndrome (TS). https://parisbraininstitute.org/disease-files/tourettes-syndrome-ts
  10. Finger, S. (1994). Origins of Neuroscience: A History of Explorations into Brain Fun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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