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을 욕으로 쓰는 사회에서, 공학자들은 억울하다
"정치공학적 판단이다." "이건 선거공학에 불과하다."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누군가의 정치적 행동을 폄하할 때, 언론과 논객들은 습관처럼 이 단어를 꺼내 든다. 그런데 이 표현들, 정말 적절한 것일까?
공학(工學)은 수학과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다. 교량을 설계하고, 반도체를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일이다. 엄밀하고, 정직하고, 검증 가능한 세계다. 틀리면 다리가 무너지고, 코드가 터진다. 거짓이 용납되지 않는 분야다.
그런데 "정치공학"이라는 단어에서 공학은 전혀 다른 뉘앙스를 띤다. 꼼수, 조작, 계산적 속임수의 동의어로 쓰인다. "공학적"이라는 형용사가 붙는 순간, 그 행위는 원칙 없는 기술적 술수로 격하된다. 공학이라는 단어를 욕처럼 쓰고 있는 셈이다.
"공학"이라는 단어에 불순한 의도와 계산적 술수의 이미지를 덧씌운 것은, 공학이 아니라 정치다.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매일 밤새워 설계도를 검토하고 수식을 검증하는 수많은 공학자들에게, 사회는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너희가 하는 일은 남을 속이는 기술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표현이 실상을 가린다는 점이다. 비판하려는 대상은 분명하다. 유권자를 계산 대상으로 보는 태도, 원칙 없이 표를 좇는 행태, 정략적 이해타산이다. 그렇다면 왜 그것을 직접 말하지 않는가? "정치계산적 판단", "선거 득표 계산", "표를 위한 정략"이라고 하면 훨씬 정확하고 솔직하다.
언어는 세계관을 반영한다. "정치공학"이라는 표현이 아무런 저항 없이 통용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공계를 대하는 시선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술과 공학을 도구적으로만 바라보고, 때로는 차갑고 비인격적인 것으로 연상하는 시선 말이다.
정치를 비판하려거든, 공학에 죄를 뒤집어씌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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