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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일상/아랍에미리트

모래와 파도가 빚은 나라: 아랍에미리트의 사막과 바다 이야기

by 도서관경비원 202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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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 있지 않은 사막

아랍에미리트(UAE)는 흔히 몹시 메마른 불모의 땅으로 오해받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사막이 이 나라를 뒤덮은 주된 풍경인 것은 사실이다. 룹알할리(Rub' al Khali) 사막의 거대한 모래언덕부터 산을 향해 뻗어 나가는 평평한 자갈 벌판까지, 모두가 사막이다. 언뜻 사람을 밀어내는 험한 곳처럼 보이지만, 이 사막은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며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텅 비어 있지도 않다.

룹알할리(Rub' al Khali) (출처: 저자: Nepenthes - 자작,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623273)

 

현대적인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은 특징 없는 빈 공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에미라티에게 이곳은 자기 민족이 태어난 터전이자, 길고 빛나는 역사가 펼쳐진 무대다. 유목민이자 자긍심 강한 베두인은 이 사막의 가장 오래된 주민으로, 낙타와 양, 염소 떼를 이끌고 모래언덕을 누비며 극한의 기후와 찌는 여름을 견뎌 왔다.

 

UAE가 품은 룹알할리는 그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빈 사분면(Empty Quarter)'이라 불리는 룹알할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사막이다. 사우디아라비아·오만·UAE·예멘에 걸쳐 약 65만 제곱킬로미터를 덮으며, 길이 1,000킬로미터, 폭 500킬로미터에 이른다. 수천 년 동안 이 땅은 지구에서 가장 덥고 메마르며 척박한 환경의 하나로서 사람의 정착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다.

 

무지갯빛 모래와 고요의 선물

그 어떤 풍경도 사막만큼 많은 비밀을 품고 있지는 않다. 사막의 노을은 마음을 사로잡고 홀린다. 해가 뜨거나 질 때 모래언덕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면, 룹알할리는 무지갯빛 속살을 드러낸다. 모래는 그 안에 담긴 광물에 따라 온갖 빛깔로 물결치는데, 짙은 붉은색과 가을을 닮은 주황색이 부드러운 분홍색·노란색과 번갈아 어우러진다.

 

사막은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매와 낙타, 거미, 전갈, 뱀, 사막여우, 오릭스, 모래 가젤, 그리고 온갖 새가 이 헐벗은 땅을 집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곳이 주는 가장 눈부신 선물은 어쩌면 주위를 감싸는 고요함 그 자체일 것이다. 영국 탐험가 윌프레드 세시저가 1940년대에 베두인과 함께 이 사막을 횡단한 뒤 남긴 여행기 『아라비안 샌즈(Arabian Sands)』는, 바로 그 압도적인 침묵을 문학의 고전으로 남겨 놓았다.

 

물론 그 고요를 가르는 활동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듄 배싱(Dune Bashing)이다. 숙련된 운전자가 사륜구동차를 몰고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지의 거대한 모래언덕을 가파르게 오르내리며 질주하는 사막 활동이다.

Dune Bashing (By Bahnfrend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7599245)

리와 오아시스, 그리고 사막 캠핑의 추억

룹알할리로 들어가는 가장 정겹고 다가가기 쉬운 관문은 리와 오아시스(Liwa Oasis)로, 아부다비 도심에서 차로 두 시간이면 닿는다. 리와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룹알할리 북쪽 가장자리에 자리한 리와는 UAE 건국에 큰 역할을 한 바니 야스(Bani Yas) 부족의 본향으로, 대추야자 농장과 담수 우물이 수 세기 동안 유목민의 삶을 지탱해 온 곳이다. 오늘날 이 일대에는 카스르 알 사라브 같은 사막 한복판의 특급 리조트가 들어서, 옛 오아시스의 낭만을 현대적으로 즐길 수 있다.

 

이 나라에 살다 보면 사막에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밤이면 사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른 새벽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멀리서 보면 모래언덕은 끊임없이 일렁이는 거대한 파도 같고, 그 속에는 사람을 끌어들일 듯한 소용돌이가 숨어 있는 듯하다. 

 

겨울철 캠핑은 손꼽아 기다리던 굉장한 모험이다. 천막과 물, 음식, 식기, 담요, 돗자리, 손전등을 챙기고, 가족을 태운 차는 여러 무리로 나뉘어 출발한다. 

 

여담이지만, 이 광활한 모래사막에는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2013년 한국인 탐험가 남영호가 이끄는 팀이 오만 살랄라에서 UAE 아부다비의 리와 오아시스까지 룹알할리를 도보로 횡단했다. 

 

바다와 맺은 수백 년의 사랑

UAE의 문화와 역사는 바다와 깊이 맞닿아 있으니, 이는 수백 년을 거슬러 오르는 사랑과 존중의 이야기다. 농사지을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나라에서 바다는 선조들의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터전이었다. 그 시절 어업과 진주 채취, 해상 무역은 사람의 삶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밑천이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이 해안은 바깥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었다. 두바이에서는 일찍부터 풍성한 해양 산업이 발달했고, 수백 년 전 하구(Creek)는 외국의 물자와 문화를 들여와 이 나라를 세계와 이어 준 천연 항구였다. 수십 개의 자연 섬과 작은 항구가 늘어선 아부다비 해안은, 진주와 대추야자, 맹그로브 목재를 거래하러 멀리 동아프리카까지 나아간 용감한 뱃사람들이 배에 오르던 곳이었다.

 

석유 시대가 열리기 전,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제조업은 배를 만드는 일이었다. 솜씨 좋은 장인들이 분주한 조선소에서 널빤지를 아름답고 튼튼한 전통 다우선으로 빚어냈다. 오랜 항해의 전통을 이어 온 이 유산은 오늘날까지 전해져, 전통 범선은 지금도 관광객을 태운 호화 다우선 유람과 해마다 열리는 경주에서 바다를 가른다. 이 경주는 진주와 고기잡이 선단이 반짝이는 물결 위를 넘실대던 그 시절을 기린다. 참고로 다우선은 아라비아반도와 페르시아만, 인도양 연안에서 전통적으로 쓰인 삼각돛(라틴 세일) 목조 범선으로, 진주 채취와 해상 무역에 두루 활약했다.

 

위대한 항해사와 바다에 기댄 삶

UAE의 바닷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아흐마드 이븐 마지드다. 그는 지금의 라스알카이마(옛 줄파르)와 연결되는 전설적인 항해사로, 바다를 정밀한 지식 체계로 바꿔 놓은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1430년대 초에 태어난 그는 항해술에 관한 여러 저술을 남겼고, 전승에 따르면 바스쿠 다가마가 아프리카 동해안에서 인도로 가는 길을 찾도록 이끌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 일화는 널리 회자되는 이야기일 뿐, 역사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여부를 두고 논쟁이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수많은 뱃사람이 수백 년 동안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지식으로 같은 바닷길을 오갔다는 사실이다.

 

바다에 기댄 삶은 한 세대 전만 해도 생생한 현실이었다. 아주 어린 나이에 항해를 시작한 어느 선장은 주요 무역항을 오가며 페르시아어와 우르두어, 스와힐리어, 영어를 익혔고, 생애 대부분을 배 위에서 보냈다. 석유가 발견된 뒤에는 많은 선장이 해안 경비대의 정부 관직을 얻었다. 그 세대는 바다를 조건 없이 사랑했고, 바다는 여러 전통 속담 속에서 용맹의 상징이었다.

 

한 사람의 기억 속 아버지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 그날 점심상에 오를 것을 잡아 오던 열정으로 남아 있다. 아침에 학교 갈 무렵이면 막 돌아온 아버지가 늘 신기한 것을 건넸다. 복어와 해면동물, 불가사리, 그리고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큰 진주를 품고 있을지 모를 진주조개 하나를. 사막과 바다가 주고받은 이 오랜 상호작용이야말로, 오늘날 UAE를 떠받치는 가장 깊은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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