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사진은 모두 잃어버렸다. 사진은 위키피디아의 사진이다.
중국 역사의 지도를 펼치면, 가장 많은 왕조의 이름이 겹쳐지는 한 점이 있다. 관중평원(關中平原)의 한가운데, 위수(渭水)가 조용히 흐르는 그 자리에 시안(西安)이 있다. 한때 장안(長安)이라 불렸던 이 도시는 진(秦), 한(漢), 당(唐)을 포함한 열세 왕조의 수도로서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축이었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 제국의 꿈이 쌓이고 무너진 땅 — 시안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유적지를 순례하는 행위가 아니라, 문명의 지층을 발로 직접 밟아보는 일이다.
흙 속에서 되살아난 제국 — 병마용갱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린퉁(臨潼)이었다. 진시황릉 부지에 자리한 병마용갱(兵馬俑坑)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먼저 멎는다.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들의 삽끝에 걸린 도자기 파편 하나가 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고고학적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현장 앞에서는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1호갱의 거대한 지붕 아래, 실물 크기의 도용(陶俑) 수천 기가 정연한 대형을 이루며 서 있다. 각각의 얼굴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압도적이다. 기원전 221년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사후에도 제국을 지키기 위해 이 거대한 지하 군대를 빚어냈다. 도공들은 황제 한 사람의 영생을 위해 수십만 점의 인물상에 저마다 다른 표정, 다른 갑옷, 다른 발걸음을 새겨 넣었다.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었다.
사랑과 비극이 깃든 온천 — 화청궁, 그리고 장한가
린퉁을 떠나기 전, 화청궁(華清宮)에 들렀다. 여산(驪山) 기슭의 온천 위에 세워진 이 궁전은 당나라 현종(玄宗)이 절세미인 양귀비(楊貴妃)를 위해 조성한 별궁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백거이(白居易)의 서사시 『장한가(長恨歌)』에 840자로 압축되어 전해진다. 온천의 수증기가 피어오르던 자리에는 이제 돌로 된 욕탕 유적만 남았지만, 이야기의 무게만큼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밤이 되자 화청궁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시안 출신의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가 연출한 실경(實景) 무용극 『장한가』가 막을 올린다. 궁전 앞 연못, 전각, 그리고 뒤편의 여산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된다. 분수가 음악에 맞춰 하늘로 솟구쳤고, 산 전체에 설치된 조명이 1300년 전의 밤하늘을 재현한다. 당의(唐衣)를 입은 무용수들이 수면 위를 스치듯 움직인다. 장이머우 특유의 색채 언어와 웅장한 공간 감각이 역사의 상처를 스펙터클로 빚어낸다.
난 일정때문에 이 공연을 보진 못했다. 대신 기프트샵에서 파는 DVD를 샀다. 하지만 귀국 후 틀어보았으나 나오질 않았다.
성벽 위에서 바라본 도시의 윤곽
이튿날 아침, 시안 고성(古城)의 성벽(城壁)에 올랐다. 명나라 홍무제(洪武帝)의 명으로 1370년대에 완성된 이 성벽은 총 14킬로미터에 걸쳐 도심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으며, 현존하는 중국의 고대 성벽 중 가장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것이다. 너비 12미터에서 18미터에 달하는 성벽 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성벽은 박물관이 아니라 도시의 일부로,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성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옛것과 새것이 무심히 공존하는 시안의 일상을 담고 있었다. 종루(鐘樓)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은 대로가 도시를 사방으로 갈라놓고, 그 교차점에 1384년 창건된 36미터 높이의 종루가 의연히 서 있었다. 야경 속에서 조명을 받은 종루의 자태는, 이 도시가 오랫동안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간직해왔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실크로드가 남긴 사람들 — 회족 거리와 청진대사원
도심의 회족 거리(回族街, 후이민제)에 들어서는 순간, 시안이 단순한 한족의 도시가 아님을 깨닫는다. 당나라 시절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에 정착한 아랍·페르시아 상인들의 후손인 회족(回族)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골목에 뿌리를 내려왔다. 양꼬치 굽는 연기와 비양병(肉夾饃)의 고소한 냄새, 비비당면의 매운 향이 뒤섞인 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 문서였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청진대사원(淸眞大寺)이 나타난다. 740년에 처음 건립되어 현재의 모습은 명나라 때 완성된 이 사원은 독보적인 건축적 혼종을 보여준다. 이슬람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미나레트 대신 중국식 누각이 서 있고, 아라비아어 경전의 구절이 전통 목조 건물의 들보에 새겨져 있다. 동서양 문명이 충돌하지 않고 조용히 융합된 결과물 앞에서, 실크로드가 단순한 무역로가 아니라 문화의 통로였음을 실감했다.
만두 하나에 담긴 제국의 식탁 — 덕발장
회족 거리와 지척인 종루 광장 앞에 덕발장(德發長)이 있다. 1936년 개업하여 9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식당은 '천하제일만두(天下第一餃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궁정(宮廷), 팔진(八珍), 모란(牡丹) 등 다섯 가지 코스로 구성된 만두 연회는,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당나라 궁중 식문화의 재현에 가깝다. 작은 만두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재료와 모양이 담겨 있고, 그것들을 차례로 맛보는 행위는 요리를 통해 역사를 읽는 일종의 독서였다.
당나라 역사의 예습 장소 - 섬서역사박물관
섬서역사박물관(陝西歷史博物館)은 1991년 개관한 중국 최고 수준의 역사박물관으로, 당나라 궁전 양식을 모티프로 설계된 건물 자체도 볼거리이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섬서성에서 출토된 유물 37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중 당나라 금은기와 당삼채(唐三彩), 한나라 동경(銅鏡), 진나라 관련 유물들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안을 거쳐 간 열세 왕조의 역사를 시대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어, 병마용이나 화청궁 같은 개별 유적지를 방문하기 전에 먼저 들르면 역사적 맥락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실상 시안 여행의 '예습' 코스로 가장 적합한 장소이다.
무료 입장이나 하루 12,000명 한정이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sxhm.com)에서 사전 온라인 예약이 필수이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비석의 숲, 문자 문명의 보고 — 비림
성벽 안쪽 문창문(文昌門) 근처에 자리한 비림박물관(碑林博物館)은 화려한 관광지들 사이에서 조용히 빛나는 장소다. 북송 1087년에 처음 조성된 이곳에는 한나라부터 근대까지 4,000여 점의 비석이 보존되어 있다. 왕희지(王羲之), 구양순(歐陽詢), 안진경(顔眞卿) 등 역대 서예 대가들의 친필 석각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 공간은, 중국 문자 문명의 연속성을 압축적으로 증언한다.

비석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느낀 것은 일종의 경건함이었다. 수백 년 전 누군가가 정(鑿)으로 한 획 한 획 새긴 글자들이 지금도 선명하게 읽힌다는 사실 — 그것은 문자가 시간을 이기는 방식에 대한 가장 명료한 증거였다.
당탑(唐塔)의 침묵 — 대안탑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자은사(大慈恩寺) 경내에 대안탑(大雁塔)이 솟아 있다. 652년 당나라 고종의 명으로 건립된 이 7층 전탑은, 인도에서 17년간 구법(求法)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현장법사(玄奘法師)가 가져온 불경과 불상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졌다. 소설 『서유기』의 실존 모델인 현장은 이 탑의 바로 이 자리에서 경전을 번역했다.

탑 앞에 서면 그 묵직한 비례감이 먼저 압도한다. 인도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장안에 이른 한 승려의 여정이 이 돌탑 안에 응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발걸음을 잠시 붙잡았다.
문명은 축적된다
시안을 떠나는 길, 비행기 창 아래로 관중평원의 광활한 황토 빛 대지가 펼쳐졌다. 병마용의 흙, 화청궁의 온천수, 성벽의 석회, 비림의 돌 — 이 도시를 이루는 모든 것은 결국 땅에서 왔고, 땅 속에 묻혔다가, 다시 땅 위로 솟아오른 것들이었다.
문명은 그렇게 축적된다. 왕조가 무너지고 이름이 바뀌어도, 사람이 살고 이야기를 남긴 자리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남는다. 시안은 그 '무언가'가 가장 많이, 가장 오래 남아 있는 도시였다. 그것이 이 도시를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끝>
1일차 — 도심 역사 탐방 (도보·자전거 중심) 성벽 자전거 일주로 아침을 열고, 종루·덕발장·회족 거리·청진대사원·비림을 모두 걸어서 연결합니다. 이 다섯 곳이 반경 1km 안에 밀집해 있어 이동 시간 낭비가 거의 없습니다.
2일차 — 동쪽 교외 (린퉁 지구 풀데이) 병마용갱과 화청궁은 서로 10분 거리이므로 하루에 묶는 것이 필수입니다. 오전 일찍 병마용 입장 후 오후에 화청궁을 둘러보고, 저녁 장한가 야간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이 루트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장한가 공연 티켓은 반드시 사전 예매가 필요합니다.
3일차 — 불교·당나라 문화 코스 대안탑과 대자은사를 오전에 차분히 관람한 뒤, 회족 거리로 돌아와 점심 겸 자유 시간을 갖고 종루 야경으로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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