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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에는 「키노쿠니아(kinokuniya)」라는 서점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서점이다. 미국,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10월 10일 노벨상이 발표되었을 때 진짜일까 다소 의구심이 먼저 들었던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다니...
 
최근에 다녀온 이스탄불 여행에서 이스탄불의 어느 서점에 오르한 파무크의 책이 유리 너머의 한정된 공간에 빼곡히 놓여 있었다. 책으로서 옆면이 사람에게 보이지 않고 책표지가 보인다는 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일까! 튀르키예의 유일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그토록 부러워했는데 단 2주 만에 우리나라에도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생겼다.
 
많은 나라들이 서점에 노벨상 수상자를 축하하면서 마케팅하려고 전시 공간을 마련해두곤 한다. 과연 이곳에도 그런 공간이 마련되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이역만리 외국에 그런 전시물이 만들어져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난 이 책을 읽으려고 산 게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대표작을 원어로 읽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굳이 영어로 읽겠는가! 하여튼 한 권 살 요량이었다.
 
그래서 키노쿠니아 서점이 있는 갤러리아 몰에 갔다. 서점은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는 데 1층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1층에는 잘 안 팔려서 싼 가격에 빨리 팔아버리려는 책들이 쌓여 있을 뿐이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런 곳에 같이 놓여 있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야!'
 
책들 대부분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상하게도 노벨상이라는 말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해리 포터와 일본 망가의 숲을 지나 두 바뀌나 돌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노벨상의 이름이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라는 게 생각이 났다. Literature에서 Korean을 찾아보았으나 그 유명한 「채식주의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카운터에 가서 말했다.
 
"I am looking for 2024 nobel prize, Human Acts"
 
내 발음이 안 좋은 건지, 잘 못 알아듣는 건지 메모지에 써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최대한 예쁜 글씨로 Human Acts를 썼다.
 
다른 점원이 나를 다시 Korean이라고 쓰여진 곳으로 데려갔다. 내가 이미 찾아보았기 때문에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졌다. 누군가를 데리러 갔던 것이다. 다른 점원이 오더니 스페셜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는 것이다. 그 스페셜 공간이 바로 이것이다.
 

 
 
만약 없었다면 정말 실망했을 것이다. 그래도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 조금 화가 나기도 한다. 나와 같은 사려는 사람이 절대 고개를 들어 벽을 찾아보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런 공간을 마련해두었다는 걸 10명이 넘어 보이는 그 많은 직원 중 단 한 사람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
 
2016년에 출판된 것을 사 왔다. 딱 하나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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