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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할 때엔 되도록 밤에 도착한다.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압차가 느껴지면 귀에 통증이 느껴진다. 혹시 귀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 지 걱정스럽다. 아테네 공항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작은 공항이었다. 주변에는 전혀 현대스럽지 않으며, 저 멀리 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산들만 보일 뿐이다. 아테네도 오후에 도착했다.
 
현금만 받는 택시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에 도착했다. 왠지 주인이 관광객을 받기 보다는 결혼을 준비하려고 마련한 집인 것 같았다. 여기도 전자제품은 LG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 산 것 같지 않은 붙박이 가전은 지멘스였다. 이제 지멘스가 LG보다 저렴한가 보다.
 
짐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으려고 길을 나섰다. 문득 예전 알쓸신잡에서 저 멀리 파르테논이 보이는 식당에서 식사하며 얘길 나누는 걸 본 게 생각났다. 누군가 그 식당이 어디인지 블로그에 쓰여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찾아보았다. 진짜 있었다. 그곳은 Cafe Avissina라는 곳이었다. 간판의 글씨를 밝히는 등이 일부 꺼져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예약을 안 해서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했지만, 카페 매니저는 잠시 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내 생각에는 보기 드문 아시아인, 그리고 여러 명인 관계로 그 누구보다 매상을 올려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과연 루프탑에서는 저 멀리 파르테논이 보였다.
 

Cafe Avissina의 루프탑

 
우리는 매니저에게 그리스 요리를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릭 샐러드를 필두로 수많은 요리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도 그리스 맥주가 빨리 마시고 싶었다. 뭔가 특별할 건 없겠지만 목마름을 해소하고 긴장을 푸는 데는 맥주가 최고가 아니던가! 여러 종류를 마셔보았는 데 난 '알파' 맥주가 무엇보다 입에 맞았다.
 
잔뜩 식사를 하고 나서 나오는 데, 우리에게 음식을 추천해 준 매니저는 1층에서 탱고 음악에 맞추어 봉고라고 하던가 타악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첫 번째 만난 조르바였다. 카페 문 밖에서 담배를 하나 피고 있는 데 어떤 젊은 여자가 꽃을 들고 말을 건다. "이거 공짜예요" 하며 장미를 하나 건넨다. 그러더니 자기 배를 가리키며, 임신했다고 나에게 돈을 구걸한다. 여긴 관광지구나. 이건 장사인가, 구걸인가, 나에게 현금이 있었다면 몇 유로는 뜯겼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진짜 현금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길을 걷기만 하면 고대 그리스 건축이 보였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인지, 내일 다시 올 거라서 인지 전혀 눈에 안 들어왔다. 빨리 숙소로 가서 잠을 청해야 겠다.
 

Monastiraki Square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로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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