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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서재

📖 변두리 로켓 — 작은 공장이 우주를 꿈꿀 때

by 도서관경비원 2026.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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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 지음 |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
별점: ★★★★★


들어가며 — 변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

'변두리'라는 단어에는 묘한 냄새가 난다. 기름 냄새, 쇳가루 냄새, 그리고 어딘가 땀 냄새 같은 것. 화려한 도심이 아닌 곳, 대기업 로비의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이 아닌 곳,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의 공간.

 

이케이도 준의 소설 변두리 로켓은 바로 그 냄새에서 시작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변두리 공업단지 오타(大田)구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며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조명은 눈부시게 따뜻하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든 건 《한자와 나오키》의 작가라는 수식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읽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깊이 박힐 수 있는 건지.


이야기의 얼개 — 꿈을 지키는 싸움

우주과학개발기구 JAXA의 연구원이었던 주인공 쓰쿠다 코헤이는 로켓 발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연구소를 떠난 후, 죽은 아버지가 경영하던 중소기업 쓰쿠다제작소의 사장이 된다. 로켓을 꿈꾸던 과학자가 변두리 공장 사장이 된 것이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는 이미 슬프고 아름답다.

 

쓰쿠다제작소는 작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비록 회사는 작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밸브'를 자부하는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진다. 쓰쿠다제작소의 첨단 특허기술을 노린 대기업의 특허 침해 소송장이 날아오고, 쓰쿠다는 거래처와 은행을 뛰어다니며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흩어진 직원들의 마음도 되돌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여기서 이야기는 단순한 기업 생존기를 넘어선다. 쓰쿠다가 지키려는 건 공장만이 아니다. 아버지가 평생 일군 것, 함께 일하는 직원들, 그리고 로켓을 만들고 싶다는 오래된 꿈. 그 꿈 하나가 이 소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작가에 대하여 — 현장을 아는 사람이 쓴 이야기

이케이도 준을 이해하려면 그의 이력을 알아야 한다. 게이오기주쿠 대학을 졸업한 후 1988년 미쓰비시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글을 쓰기 위해 1992년 퇴사해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 그 은행원 시절의 경험이 그의 소설 전반에 짙게 배어 있다.

 

자신의 전직인 은행원 시절의 경험을 살려 은행 또는 경제·경영이 배경인 소설을 주로 집필하는 그의 작품에는, 은행과 관련한 장면에서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집필하지 못할 정도의 상세함이 담겨 있다. 변두리 로켓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중소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대출 심사관과 사장이 나누는 대화가 어떤 긴장감을 품고 있는지 — 이 묘사들은 취재로만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몸으로 겪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언어다.

 

대형은행 출신이자 실제 오타 소재 중소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 작가의 치밀하고 현실감 넘치는 플롯과 인물 묘사가 이야기에 강렬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소설 속 세계가 이토록 실감 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의 진짜 주제 — 왜 일하는가

변두리 로켓은 표면적으로는 중소기업의 도전기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질문은 훨씬 더 깊고 무겁다.

 

'일'이란 무엇이고, '왜 일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기술이나 사업보다 '사람'을 먼저 이야기한다. 쓰쿠다가 직원들을 설득하는 장면, 은행 담당자와 맞서는 장면, 대기업의 회유를 거절하는 장면마다 결국 돌아오는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무서운 이유는, 독자 자신에게도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쓰쿠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작은 공장 사장이든, 직장인이든,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대기업 대 중소기업 — 현실의 거울

이 소설에서 가장 통쾌한 구도는 바로 '변두리 작은 공장 vs 거대 대기업'의 구도다. 변두리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다툼,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엔터테인먼트를 그려낸 이 이야기는,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다.

 

소설 속 대기업 데이코쿠중공업은 악당이 아니다. 그들도 나름의 논리가 있고, 나름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진짜 싸움은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이 아니라, '진짜 기술과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 vs 숫자와 효율만을 쫓는 시스템' 사이의 싸움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쏘아 올리는 화살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를 향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 속 데이코쿠중공업의 모티브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변두리 로켓과의 연관성을 직접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소설이 현실을 너무 정확하게 묘사한 덕에, 오히려 실제 기업이 그것을 영예로 여긴 셈이다.


나오키상이 선택한 이유

변두리 로켓은 2011년 제145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나오키상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문학상으로, 수상 자체만으로도 작품성을 보증한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두고 "모든 어른들의 일상을 포착해낸 높이 평가받을 만한 문학"이라고 평했다.

 

'모든 어른들의 일상'. 이 표현이 정확하다. 이 소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매일 아침 출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평범함 안에서 가장 빛나는 것들을 건져 올린다.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는 것, 쉬운 타협보다 어려운 정직을 선택하는 것, 작은 꿈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드라마로, 다시 소설로

시리즈 누적 판매 350만 부를 돌파하고 세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된 것은 이 작품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렸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국민배우 아베 히로시 주연의 드라마는 그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도 훌륭하지만, 소설의 깊이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쓰쿠다의 독백, 직원들의 내면, 대화의 여백들이 있다.

 

시리즈는 총 4권이다. 1권의 로켓 엔진 밸브 납품 도전에 이어, 2권 《가우디 프로젝트》에서는 인공심장 개발로 전선을 바꾸고, 3권 《고스트》와 4권 《야타가라스》에서는 농업용 트랜스미션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로 확장된다. 소재는 달라지지만, 이야기의 심장은 언제나 같다. 기술에 대한 자부심, 일에 대한 진심, 그리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마치며 — 작은 것들의 힘

책을 덮으면서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 쓰쿠다가 직원들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우리가 만드는 건 작은 밸브 하나지만, 그 밸브가 로켓의 심장을 뛰게 한다고. 크고 화려한 것만이 세상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고.

 

그 말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나는 묻게 된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의 '밸브'는 무엇인가. 내가 지키려는 꿈은 아직 살아 있는가.

 

도전의식과 뚝심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쓰쿠다제작소의 긴 여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여정이다. 변두리라도 괜찮다. 작아도 괜찮다. 꿈을 향해 날아오르는 로켓에게 발사대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고된 싸움이 끝나면 밝은 미래가 찾아오는 세상을 꿈꾼다."*

— 이케이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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