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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안경을 예술로 만드는 사람, 김종필 안경 이야기

by 도서관경비원 2026.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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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쇼핑몰조차 없던 시절부터

안경을 인터넷으로 산다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부터 묵묵히 안경을 디자인해온 사람이 있다. 한국 1세대 안경 디자이너 김종필.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 디자인 회사 디자인 샤우어를 이끌고 있다.

 

경기대학교 금속공예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다. 금속을 다루는 손끝의 감각이 안경 디자인과 만나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해외 브랜드 담당자들이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한국 업체에 직접 문의할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내가 만든 안경테가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게 하고 싶습니다. 예술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 망원동 작업실 — 공방이 아닌 갤러리

서울 망원동. 그의 작업실 문을 열면 전시장이 펼쳐진다.

 

나비 모양의 테, 알록달록한 색감의 로봇을 연상시키는 프레임, 착용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운 안경테들. 이것들은 단순히 진열된 상품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디자이너의 철학과 손끝이 빚어낸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일상의 예술화"로 표현한다. 미술관에 걸린 그림만이 예술이 아니라, 매일 아침 얼굴에 올려놓는 안경 하나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25년 넘게 그를 이 자리에 있게 한 힘이었다.

 

같이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 업계를 떠나는 동안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 덕분이었다.

"완벽한 안경은 없다고 생각해요. 광이 잘 나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좋은 안경과 제대로 된 브랜드의 덕목입니다."

 

완성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 자체를 가치로 삼는 디자이너. 그 진심이 이 한 마디에 오롯이 담겨있다.


🤲 수작전(手作展) — 손이 기억하는 안경

김종필 대표의 브랜드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수작전(手作展)이다.

 

이름 그대로 — 손으로 만든 전시. '제품'보다 '작품'에 중점을 두고 탄생한 브랜드이다.

 

시중에 수제 안경이라고 팔리는 제품 대부분은 90%를 기계로, 10%만 손으로 마감한다. 수작전은 다르다. 90%를 손으로, 나머지만 기계를 사용한다. 진정한 의미의 수제 안경. 그 결과, 숙련된 디자이너 한 명이 하루 종일 작업해도 단 두 개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대량생산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익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자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 길을 택했다.

"수익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자이지만 이색적인 콘셉트를 실험해보기 위해 기꺼이 도전했습니다."

 

그 희소성과 예술성을 세상이 먼저 알아봤다. 아이웨어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서울 도산대로 호림아트센터에서 수주회가 아닌 전시회를 개최했고, 가나아트센터 등 유수의 갤러리에서도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안경이 갤러리 벽에 걸리는 순간 — 그것은 더 이상 안경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 된다.

 

중국의 한 업체가 대량생산을 제안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브랜드의 철학이 흔들리는 것은 돈보다 더 비싼 것을 잃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 스노우클래스(SNOWclass) — 가볍고 맑은 하루를 위한 안경

수작전이 예술가의 안경이라면, 스노우클래스(SNOWclass)는 일상을 위한 김종필 안경이다.

 

'Light & Light, 맑고 편안한 오늘'. 이 한 문장이 스노우클래스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가벼운 소재, 최상의 밸런스, 하루 종일 써도 부담 없는 착용감. 디자인도 편안하고, 얼굴에 닿는 감각도 편안한 데일리 안경.

 

29CM, 아난티 리조트 등 감도 높은 셀렉트샵에 입점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예술은 미술관 안에만 있지 않다. 매일 아침 얼굴에 올리는 가벼운 프레임 하나에도, 예술은 스며들 수 있다.


🎨 창의적인 사람들이 선택하는 안경

김종필 안경의 단골손님 명단은 독특하다.

 

가수 양희은은 갤러리아백화점 입점 당시 스타일리스트의 추천으로 처음 접한 이후, 지금까지 30개 이상을 구매했다. 패션 디자이너 황재근, 소설가 김영하도 그의 안경을 애용한다. 대체로 창의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안경.

왜일까? 답은 그의 철학에 있다.

"자기 취향이 분명한 사람들은 독창적인 것을 원하고, 일반인들은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디자인하는 이유입니다."

 

개성과 실용성, 예술성과 편안함. 보통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들을 — 김종필 안경은 동시에 잡습니다.


🌏 한류의 바람이 안경에도

지금, 유럽과 미국에서 수작전을 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류가 K-팝과 드라마를 넘어, 한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태어난 안경 한 켤레에까지 닿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변화를 담담하게 바라보면서도, 한국 안경 산업의 미래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안경을 어디서 제조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획과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나라보다 안경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훨씬 적다. 안경 산업은 그만큼 정밀하고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그 산업의 중심에서 25년 넘게 디자인으로 승부해온 사람이 — 김종필이다.


✨ 안경 너머의 세계

김종필 안경은 단순히 잘 보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25년 이상의 장인 정신,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 그리고 일상을 예술로 바꾸고자 하는 진심. 수작전의 손끝에서 태어난 유일무이한 안경 한 켤레, 혹은 스노우클래스의 가볍고 맑은 데일리 프레임.

 

어느 쪽이든 — 김종필 안경을 얼굴에 올리는 순간,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더 선명하게. 더 아름답게. 그리고 조금 더 예술에 가깝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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