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5. 03:24ㆍ과학/과학사
1085년 스페인의 톨레도 함락 때 아라비아인이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고 있었는지 밝혀졌다. 이 전투는 지중해를 건너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오랜 전쟁에서 전환점이 되었다. 이 도시가 기독교인의 손에 넘어가자, 그곳에는 수많은 도서관이 있었고, 방대한 장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중에는 당시 기독교 유럽 사회는 이미 잊어버린 고대 그리스 고전의 아랍어 번역본도 있었다. 그중 최고는 바로 《알마게스트》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2세기에 쓴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학파가 주장하는 천구 개념과 행성이나 별의 운동을 실제 관측한 결과 사이에 생긴 차이를 조정하려고 노력하였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당시 로마제국의 일부였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살고 있었다. 그가 작성한 우주관과 별자리표는 선인의 업적을 집대성한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55개 동심원이 철학적 이상이라면 프톨레마이오스의 생각은 수학적 악몽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관측된 행성의 궤도와 지구가 중심에 있다는 당시의 상식을 일치시키려고, 몇 개의 주전원을 더 만들었다. 그의 학설은 복잡성 때문에 그 후에도 오랫동안 지지받았다. 그의 저서 《알마게스트》의 사본은 서유럽 천문학자 사이에 유포되었고, 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프톨레마이오스 우주론의 합성물은 브라헤의 생각이 나타날 무렵에는 전문가 사이에서 이미 통설이 되어 버렸다.
튀코 브라헤는 1572년 신성(nova)이 나타났을 무렵에는 일류 천문학자로서 명성을 확립하고 있었다. 당시 덴마크 왕 프레데릭 2세는 자국에 많은 공헌을 할지도 모르는 이 인물이 국외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여 파격적인 은혜를 베풀었다. 그것은 국왕이 소유한 섬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베인이라는 섬은 길이 5킬로미터 정도의 외딴섬으로,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에 있다. 현재는 370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스웨덴 본토까지는 장시간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이 섬을 받은 브라헤는 그곳에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천문대를 건설했다.
이 베인(Ven) 섬의 우라니아 성은 4층 건물이었다. 브라헤와 가족의 방, 천문학자 동료가 방문했을 때를 위한 방, 제자의 다락방 등이 있었다. 또, 부지 안에는 연금술 실험실이 지하에 있었고, 약초원과 연못과 수목원, 그리고 가죽 무두질 공장, 제분기, 인쇄기, 제지 공장도 있어 그의 연구 생활을 지탱하고 있었다. 섬의 중심부에는 관측 장비가 점유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유명했던 것은 천체의 고도를 측정할 때 사용된 ‘사분의’라고 불리는 기구로 그 반경은 2미터였다. 또 벽에는 액자에 담긴 커다란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위대한 천문학자인 이곳의 주인이 일하는 모습과 그 옆에서 졸고 있는 애견이 그려져 있었다. 정확한 별자리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항성이나 행성과 지구와의 상대적인 위치 관계를 항상 관측하고 파악해야 하는데, 브라헤의 시대에는 관측을 맨눈으로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사분의와 육분의는 망원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관측 장비였다. 천문대와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브라헤에게 덴마크 국왕의 전체 수입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 매년 지급되고 있었는데, 이 금액은 NASA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금액보다 많았다.
1577년 그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천문학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관측을 수행하였다. 그것은 바로 혜성을 관측한 것이다. 그때까지 ‘성스러운 천구’의 내부에서 개개의 행성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전처럼 정성 들여 혜성의 궤도를 그려본 결과, 그 궤도는 천구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판명되었다.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우주관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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