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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해외여행

삼국지의 도시, 청두(成都)를 걷다

by 도서관경비원 2026.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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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도시가 있다. 바로 제갈량과 유비가 대업을 꿈꿨던 촉한의 수도, 중국 쓰촨성의 청두(成都)다. 2007년, 함께 일하던 동료의 호의로 우연히 이 도시에 발을 들였다. 거리 곳곳에는 청두의 상징인 판다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기고, 도시 전체가 오랜 역사의 냄새를 풍긴다.

청두 시가지 (출처: 위키피디아)

 

무후사 - 삼국지 성지에서 제갈량을 만나다

청두에 왔다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단연 무후사(武侯祠)다. 무후사는 유비와 제갈량을 모신 곳으로, 중국 역사를 통틀어 왕과 신하를 함께 배향한 유일한 사당이다. 정식 명칭은 '한소열묘(漢昭烈廟)'이지만, 사람들이 유비보다 공명을 더 경모하기 때문에 제갈량의 시호 충무후(忠武侯)에서 따서 무후사라고 부른다.

무후사

입구를 들어서면 좌우 회랑에 촉한의 문신과 무장 28좌상이 늘어서 있다. 조자룡, 관우, 장비… 어린 시절 책 속에서만 만났던 영웅들이 눈앞에 실물로 서 있는 기묘한 감각이다. 문 안쪽 벽면에는 제갈량이 위나라 정벌에 나서면서 유선에게 바친 출사표(出師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고금의 명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후사의 도원결의

제갈량전을 지나면 삼의묘가 나온다. 삼의묘 마당에는 도원결의부터 유비의 죽음까지 삼형제와 관련된 다양한 고사가 벽화로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삼의묘를 나와 유비의 묘인 혜릉으로 향하는 붉은 벽담 사이의 길은 무후사의 숨은 명소다. 수백 년 된 대나무 숲 사이에 닦인 길은 회색 돌바닥, 붉은 벽, 푸른 대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청두를 소개하는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삼국지를 주제로 한 여행지로 무후사만큼 알찬 곳도 없다. 꼼꼼하게 돌아보면 삼국지를 통독한 것과 같은 지혜와 교훈을 얻어갈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삼의묘
무후사

 

금리고가 - 역사 유적 옆에서 즐기는 골목 맛집 탐방

무후사 담장 바로 옆에는 금리고가(錦裏古街)가 이어진다. 전통 분위기의 골목 양쪽으로 먹거리와 기념품 상점이 늘어선 이곳은, 엄숙한 무후사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중국 여행에서 관광명소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 사는 골목을 걷는 재미가 있어야 진짜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한편에 스타벅스도 자리 잡고 있어, 고풍스러운 처마 아래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묘한 경험도 가능하다.

금리고가
금리고가
 
금리고가의 스타벅스
금리고가

 

콴자이샹쯔 - 옛 청두의 골목을 거닐다

콴자이샹쯔(寬窄巷子)는 청두의 또 다른 핵심 명소다. 내가 방문한 2007년에는 아직 공사 중이었는데, 청두시가 이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2008년 6월에 정식 개장한 역사문화지구다. 동서 방향으로 뻗은 세 개의 골목과 사이사이 복원된 전통 마당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간식부터 수공예품, 서적까지 다양한 특산품을 즐길 수 있다. 옛 청두의 문화와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공간으로, 지금은 청두 여행 1순위 명소로 자리 잡았다.

콴자이샹쯔 (寬窄巷子)

 

두보초당 - 시인의 정원에서 영화 한 장면을 떠올리다

두보초당(杜甫草堂)은 당나라 최고의 시인 두보가 머물렀던 곳이다. 아름다운 정원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호우시절(好雨時節)」의 배경이기도 하다. 정우성과 중국 배우 고원원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두보초당을 무대로 한·중 두 남녀의 인연을 담아냈다. 역사 유적이면서 동시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라, 관광보다는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게 제격이다.

두보초당
두보초당
두보초당
두보초당
두보초당
영화 호우시절

 

진사 유적 박물관 - 3,000년 전 황금 문명을 만나다

진사(金沙) 유적 박물관은 청두가 단순히 삼국지의 도시가 아님을 일깨워 주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유물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고촉(古蜀) 문명이 남긴 황금 태양새 장신구로, 현재 중국 문화유산의 로고로 사용될 만큼 상징성이 크다. 박물관 전체가 발굴 현장 위에 세워져 있어, 고대 문명의 흔적 위를 직접 걷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진사 유적 박물관 (출처: 위키피디아)
박물관의 보물, 태양새 금장신구 (출처: 위키피디아)

청두 여행, 이렇게 돌아보자

청두는 하루이틀로 다 담기 어려운 도시다. 아래 코스를 참고하면 효율적으로 핵심만 둘러볼 수 있다.

  • 1일차: 콴자이샹쯔 → 무후사 → 금리고가
  • 2일차: 진사 유적 박물관 → 두보초당 → 청양궁
  • 3일차: 청두 판다 번식연구기지 → 문수원 → 춘시루

삼국지 팬이라면 성지순례의 감동을, 역사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라도 골목과 음식과 판다가 주는 즐거움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도시, 청두. 언젠가 다시 찾아 그때 미처 걷지 못한 골목을 걷고 싶다. <끝>

 

청양궁
청양궁
청양궁
주옌차오
문수원 (文殊院)
춘시루 (春熙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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