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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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감
© THE NOBEL FOUNDATION 2024 빛과 실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 A5 크기의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조그만 책자. 제목 아래에는 삐뚤빼뚤한 선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올라가는 여섯 단의 계단 모양 선 하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일곱 단의 계단 같은 선 하나. 그건 일종의 표지화였을까? 아니면 그저 낙서였을 뿐일까? 책자의 뒤쪽 표지에는 1979라는 연도와 내 이름이, 내지에는 모두 여덟 편의 시가 표지 제목과 같은 연필..
2024.12.15 -
아부다비에 온 『소년이 온다(Human Acts)』
아부다비에는 「키노쿠니아(kinokuniya)」라는 서점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서점이다. 미국,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10월 10일 노벨상이 발표되었을 때 진짜일까 다소 의구심이 먼저 들었던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다니... 최근에 다녀온 이스탄불 여행에서 이스탄불의 어느 서점에 오르한 파무크의 책이 유리 너머의 한정된 공간에 빼곡히 놓여 있었다. 책으로서 옆면이 사람에게 보이지 않고 책표지가 보인다는 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일까! 튀르키예의 유일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그토록 부러워했는데 단 2주 만에 우리나라에도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생겼다. 많은 나라들이 서점에 노벨상 수상자를 축하하면서 마케팅하려고 전시 공간을 마련해두곤 한다...
2024.10.13 -
《설국》 드라마로 만든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어두운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일본 사회의 빠른 현대화와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변화와 고민,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며 등장인물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정체성과 가치관의 모순을 묘사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은 일본의 문화, 역사, 사회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깊은 이해와 공감을 일으킨다. 또한, 온천 마을을 배경으로 게이샤 고마코와 소녀 요코, 주인공 시마무라 사이의 인간관계가 일본 관점의 서정적인 표현으로 묘사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설국은 남녀 사이의 사랑에 관해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일본인 특유의 ..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