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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우선 연금술에 관해 알아보자.
 
현대 화학(Chemistry)의 바탕인 연금술(Alchemy)은 8세기경에 이베리아반도를 정복한 이슬람교도인 무어인(Moors)이 11세기에 스페인에 전달하면서 유럽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산티아고의 고향은 바로 이베리아 반도의 최남단인 타리파라는 곳이다.
 
연금술의 가장 큰 목표는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 비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을 찾는 것이었다. '과학'은 가장 기억된 것 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서 비금속은 한문으로 卑金屬이며, 납과 같은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하는 금속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또, 현자의 돌은 '철학자의 돌'이라고 많이 불려지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현자의 돌'이라고 실려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철학자는 사전에서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으로 고대 그리스의 의미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현인 또는 현자는 사전에서 '어질고 총명하여 성인에 다음가는 사람'으로 의미가 가장 적합하다.
 
연금술의 기본 원리는 사물의 모든 성질이 비슷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기본 개념이다.
 
납과 금은 똑같은 물질로 구성되었지만, 단지 형태(Form)와 질료(Matter)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하였다. 예를 들면, 사람이 납을 금으로 바꾸려면, 먼저 납과 금의 '질료'가 무엇인지 알아내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질료를 '영혼'이라고 표현했지만, '성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리할 것이다.
 
연금술사는 네 가지 고대 원소인 흙(Earth), 불(Fire), 물(Water)과 공기(Air)를 인정했지만, 그것은 모두 하나의 물질이 다르게 표현된 것으로 여겼다. 예를 들면 물을 데우면 공기가 되고, 공기를 식히면 물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연금술사는 이 자연 현상을 자신들의 기본 전제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생각하였다.

연금술사 세계에서는 현자의 돌을 찾는 과정을 매그넘 오퍼스(Magnum Opus)라고 불렀는데, 현재 이 말은 어떤 사람의 대표작(masterpiece)를 의미한다. 《연금술사》에서는 이것을 '위대한 업'이라고 번역했다. 아마도 '카르마'를 생각한 것으로 이해된다. 카르마를 우리말로 하면 보통 업(業)이라고 표현하는 데, 카르마는 불교용어로 사전에서는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이다. 흔히 업보(業報)를 말한다. 이 책에서는 매그넘 오퍼스이므로, 내 생각에는 '위대한 업'보다는 '위대한 과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누군가 책을 읽을 때 지도를 펴 놓고 보면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양치기 산티아고가 사는 곳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타리파(Tarifa)이다. 따라서 양치기 산티아고의 여정은 스페인의 타리파에서 출발하여,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의 탕헤르로 가서 사하라 사막이 걸쳐 있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를 거쳐 이집트 기자에 도착하는 헌난한 여정이다.
 

 
타리파(Tarifa)는 이베리아 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곳이다. 타리파는 710년 이슬람 정복 이후 현재의 이름이 주어졌다. 이슬람이 스페인 남부를 정복한 후, 이 도시는 10세기부터 요새화되었다. 하지만 1292년 카스티야 왕국의 산초 4세에 의해 정복되었다.
 

Bunkers de Tarifa.jpg

타리파의 성 카타리나 성

 
탕헤르는 모로코 북부 탕헤르테투안 지방에 있는 도시이다. 지브롤터 해협을 끼고, 스페인에서 27km 떨어져 있다. 탕헤르는 10세기 이전부터 시작된 페니키아인의 전략적인 거점이자 무역 중심지였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자아의 신화'라는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 포르투갈어는 모르기 때문에 영어 버전을 살펴 보니 'Personal legend'라고 번역하였다. 개인 전설이라는 말도 이상하고, 신화라는 말도 좀 이상하다. 책을 읽으면서 맥락을 살펴 보면 동양 문화에 익숙한 '운명'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늙은 살렘의 왕은 산티아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일세.”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신의 운명을 따르며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일세.”

표지(標識)는 사전에서 '표시나 특징으로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함. 또는 그 표시나 특징'을 의미한다. 일상에서는 표지판이란 말은 자주 써도 표지란 말은 자주 쓰지 않는다. 바로 이해가 되진 않는다. 영어 소설을 살펴 보니 'Omen'이라고 번역하였다. Omen은 한국어로 징조, 전조, 조짐이란 뜻이다.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표지'보다는 '징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런데 아마 Signal이라는 단어와 신호라는 단어도 어울릴 것 같다.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표지(標識)를 따라가야 한다네. 신께서는 우리 인간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적어주셨다네. 자네는 신이 적어주신 길을 읽기만 하면 되는 거야.”
“보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려면 어떤 징조를 따라가야 한다네. 신께서는 우리 인간들 각자가 따라가야 하는 길을 알려 주신다네. 자네는 신께서 알려주신 징조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산티아고, 나비는 행운의 표지란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산티아고, 나비는 행운의 징조란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늙은 살렘의 왕은 중요한 인물이다. 잘 알 수는 없으나 아마도 집시(기독교, 예수님 성상), 살렘의 왕(유대교, 흉패), 연금술사(이슬람교)는 모두 다른 종교를 가졌지만 현자를 대표하며, 모두 똑같은 말을 전달하는 걸로 느껴진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는 모두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이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살렘의 왕' 멜기세덱은 누구일까? 멜기세덱은 《연금술사》에서 몇 안 되는 실명이 나오는 인물이다.
 
멜기세덱은 구약성서에서 살렘(예루살렘의 옛 이름으로 추정, 살렘은 평화라는 뜻이고, 예루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평화의 마을)의 왕이며, 여호와의 제사장이지만 단편적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유대교 랍비들은 그를 노아의 아들 셈의 후손으로 본다고 한다. 

진니는 우리가 모두 아는 그냥 지니라고 하면 안 될까?
 
산티아고가 탕헤르에서 마신 쓰디 쓴 차는 커피일까? 커피겠지.
 
포도주는 수천년 동안 생산되었다. 포도주의 최초 증거는 오늘날의 조지아(기원전 6000년), 페르시아(기원전 5000년), 이탈리아 및 아르메니아(기원전 4000년)의 코카서스 지역에서 나온다. 그리고 커피는 15세기 중반 아라비아 남부에 나타나서, 16세기에 이 음료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나머지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나중에 유럽으로 퍼졌다. 요약하면 포도주는 유럽에서 시작하여 전세계로 퍼져 나갔고, 커피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아마도 기후 때문일 것이다.
 
흉패는 대제사장의 가슴에 차는 표장. 매우 정교하게 수를 놓아 만든 가로세로 25.4cm의 헝겊 조각이다. 가톨릭은 그냥 '가슴받이'라고 한다.
 

Godspraak door de Urim en de Thummim La Voix de Dieu par l'Urim & le Thummim (titel op object), RP-P-1896-A-19368-2364.jpg

 

"하느님은 우림과 둠밈을 통해 말씀하신다", 1705년 얀 루이켄의 판화. 흉패에는 에메랄드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유대교에서 우림(Urim)은 '빛', 둠밈(Thummim)은 '진리'를 의미한다. 《연금술사》에서는 살렘의 왕 멜기세덱이 산티아고에게 준 흑백 점괘돌로, 그 색깔은 질문에 대한 '예'와 '아니오'의 대답을 나타낸다.
 
코엘료는 브라질 사람이고, 브라질은 가톨릭 신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다. 따라서 가톨릭 성경을 살펴 보면, 우림과 둠밈이 나오는 곳은 많지만 대표적으로 탈출 28, 30은 다음과 같다.
 

판결 가슴받이 안에는 우림과 툼밈을 넣어, 아론이 주님 앞으로 들어갈 때, 그것을 가슴에 달게 하여라. 이렇게 아론은 늘 주님 앞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위한 판결 도구를 가슴에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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