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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은 번역에 논란이 많은 듯하다. 영문학이 아니라 프랑스어로 된 문학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논란이 많은 건 그리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논란을 거치면서 한글로 정확히 표현하면 많은 이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번역은 '직역 같은 의역, 의역 같은 직역'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방인은 짧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공들인 시처럼 느껴졌다.
 

File:Algeri08.jpg

알제리의 수도 알제

 
뫼르소의 총에 맞아 죽은 아랍인 사내는 레몽에게 맞고 쫓겨난 여자의 오빠였을까? 나는 아니라는 말에 동의한다. 두 사람이 남매가 아니라는 것을 카뮈는 무어인과 아랍인으로 구별한다. 소설 초반에 아랍인의 특징을 설명하는 구절이 있다.

관 가까이에, 흰색 가운을 입고, 원색 히잡을 쓴 아랍인 간호사 한 명 있었다. <새움>

 
히잡은 좁은 의미에선 이슬람교도 여성이 착용하는 가리개를 뜻하며, 넓은 의미에선 여성이 그 문화에서 지켜야 할 복장 규범을 뜻하는 이슬람의 율법학적 개념이다.

윗 문장은 스카프로 번역되어 있는데, 지금은 모두 알고 있으므로 '히잡'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알제리에 사는 프랑스인이 히잡을 모른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Oliver freeman

 

그 순간 관리인이 내게 “저 여자가 갖고 있는 게 성병이요.” 하고 말했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간호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얼굴에 가는 끈이 둘려 있는 것을 보았다. 코가 솟아 있어야 할 곳이 가는 끈으로 평평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흰색 가는 끈만 보였다. <새움>

 

그때 문지기가 나에게 말했다. "종기가 나서 저렇답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겠기에 간호사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는 눈 밑을 붕대로 감고 있었는데, 머리까지 한 바퀴 한 바퀴 빙 둘러 감겨 있었다. 코 높이에서 붕대가 편편해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흰 붕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민음사>

 
먼저 성병이던 종기이던 첫 문장은 이슬람교도를 비하하는 발언인 듯하다. 북아프리카 알제리는 1830년 프랑스의 침입으로 프랑스령 알제리라는 식민지가 되었고, 1962년 알제리 인민민주공화국으로 독립하였다. 카뮈는 1913년에 태어나서 1960년에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카뮈는 알제리의 독립을 보지 못했다. 프랑스령이던 알제리에서는 프랑스인이 알제리인을 차별하였을 것이다.
 
다음 문장에서 코를 가린 것으로 보면 니캅(Niqap)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게 없어서 붕대로 니캅을 대신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아랍인의 복장을 묘사한 것이고, 레몽의 편지를 써줄 때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그가 그 여자의 이름을 말했을 때, 나는 그녀가 무어인 여자라고 생각했다. <새움>

 
나중에 레몽의 여자친구는 히잡도 니캅도 착용한 구절이 없다.
 
난 레몽은 포주가 맞고, 늘 직업에 위험이 있어서 '피해망상'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총도 그래서 소유하고 있지 않았을까? 

“저 사람이 나를 때렸어요. 저 사람은 포주예요.” 그러자 레몽이 물었다. “경찰관님,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거참, 사람에게 고등어라니?” <새움>

 
이 구절은 프랑스어 메쿠호(maquereau)는 고등어도 뜻하고, 포주를 의미하는 속어라고 한다.
번역가들이 엄청 힘들었을 것 같다. 이건 주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앞에는 레몽의 여자친구가 '포주'라고 경찰에게 일러바쳤을 것이고, 레몽은 비아냥거리듯 사람에게 고등어라고 하냐고 하면서, 포주가 아니라고 자신을 변호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앞 문장은 포주이고, 뒷 문장은 고등어일 것이다. 다만 프랑스어에서 단어는 같았을 거다.

마지막으로, 그는 레몽에게 생계 수단이 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증인이 “문지기”라고 대답했을 때, 차장검사는 배심원들에게 증인이 포주 일에 종사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새움>

 
법원에서도 '포주'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다. 레몽은 '창고지기'라고 대답하는 데 우리 문화로 표현하면 '문지기'가 더 타당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기도'가 타당할 것이다. <새움>본의 논리에서 포주랑 사귀면 창녀라는 논리는 좀...아니다....

기도: 극장이나 유흥업소 따위의 출입구. 또는 그곳을 지키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

 
결국, 피해 망상인 남자를 우연히 만나고, 친구 하자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놀러 가고, 사고를 막으려고 그가 가지고 있던 총을 보관하고, 아랍인이 가지고 있던 칼을 보고,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자신을 지키려고 총을 쏘았다가 죄인이 되어 버린...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 좀 시간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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