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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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감
© THE NOBEL FOUNDATION 2024 빛과 실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 A5 크기의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조그만 책자. 제목 아래에는 삐뚤빼뚤한 선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올라가는 여섯 단의 계단 모양 선 하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일곱 단의 계단 같은 선 하나. 그건 일종의 표지화였을까? 아니면 그저 낙서였을 뿐일까? 책자의 뒤쪽 표지에는 1979라는 연도와 내 이름이, 내지에는 모두 여덟 편의 시가 표지 제목과 같은 연필..
2024.12.15 -
《소년이 온다》 영문판 《HUMAN ACTS》 서문 번역
나도 번역을 딱 한번 해보았지만 정말 힘들고 고된 작업이다. 노벨문학상의 받은 공로의 반은 번역가에게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 이름이 금보라라는 데보라 스미스의 서문이 궁금해졌다. 서툴지만 《소년이 온다》 영문판 《HUMAN ACTS》 서문을 번역한 것이다. In early 1980, South Korea was a heap of dry tinder waiting for a spark. Only a few months previously Park Chung-hee, the military strongman who'd ruled since his coup in 1961, had been assassinated by the director of his own security services. Pre..
2024.10.15 -
아부다비에 온 『소년이 온다(Human Acts)』
아부다비에는 「키노쿠니아(kinokuniya)」라는 서점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서점이다. 미국,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10월 10일 노벨상이 발표되었을 때 진짜일까 다소 의구심이 먼저 들었던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다니... 최근에 다녀온 이스탄불 여행에서 이스탄불의 어느 서점에 오르한 파무크의 책이 유리 너머의 한정된 공간에 빼곡히 놓여 있었다. 책으로서 옆면이 사람에게 보이지 않고 책표지가 보인다는 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일까! 튀르키예의 유일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그토록 부러워했는데 단 2주 만에 우리나라에도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생겼다. 많은 나라들이 서점에 노벨상 수상자를 축하하면서 마케팅하려고 전시 공간을 마련해두곤 한다...
202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