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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

과학은 옳아도, 세상이 받아들이기까지는...

by 도서관경비원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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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코페르니쿠스 동상

 

과학은 발전해도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대개 많은 사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에서는 다수의 의견이 진리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은 본질적으로 민주적이지 않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확신한 것은 1530년대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저서를 출판하는 것을 오랫동안 주저했고, 세간의 비웃음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결국 그는 1543년 책이 출판된 지 한 달 뒤에 세상을 떠났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교회 당국의 박해를 피해 일부러 임종 직전에 저서를 출판한 것으로 여겼다. 그의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 지동설에 비판적이었으며, 루터는 코페르니쿠스를 "천문학 전체를 뒤집어 놓으려는 바보"라고 혹평했다. 지동설이 사회적으로 본격적으로 수용된 것은 코페르니쿠스가 이론을 제시한 때로부터 약 1세기가 지난 17세기에 이르러서였다. 2000년간 상식으로 여겨졌던 천동설이 무너지는 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과학이 밝혀낸 진리의 상당 부분은 우리의 직관과 정반대다. 텅 빈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지구와 태양 사이에 인력이 작용한다는 것, 모든 대륙이 녹아내리는 용암 위를 천천히 떠다니고 있다는 것,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세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눈앞의 단단한 물질이 사실은 대부분 빈 공간으로 이루어진 원자의 집합이라는 것.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직관적으로 납득이 가는가? 

 

이런 사실들이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때는 그냥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과학적 사실이 자신의 신념이나 이해관계와 충돌할 때다.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 이후 19세기 유럽은 격론에 휘말렸다. 진화 이론이 지닌 종교적·사회적 함의는 여러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에서 인간 눈의 정교한 구조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순전한 우연과 생존을 향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복잡하고 정교한 세계가 어떤 창조주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믿는 편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적 증거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오늘날 과학 문헌들은 생물의 진화를 자명한 사실로 다루며, 현대 진화 이론은 모든 과학 분야에서 폭넓게 수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에게 진화 이론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기후 위기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 역시 이미 차고 넘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과학적 논의가 복잡하고, 그 결론이 당장의 삶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그 결론이 자신의 생활 방식이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불편함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사회에 잘못 수용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진화론만큼 널리 알려졌으면서도 널리 오해받는 과학 이론도 드물다. 19세기 허버트 스펜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인간 사회에 적용해 '사회진화론'을 주창했다. 그가 말한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은 국내적으로는 불평등을 개인의 능력과 운명의 문제로 여기게 만들었고, 국외적으로는 제국주의와 식민지 건설의 정당성 근거로 작동했다. 이 사상은 극단적으로는 나치즘과 홀로코스트로 이어졌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나치즘과의 연관성과 과학적 근거의 부족으로 극복해야 할 사상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다윈의 이론은 생물학적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었을 뿐, 인간 사회의 우열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오늘날에도 과학은 전 세계 곳곳에서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증거를 바탕으로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에 맞지 않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이론을 수정한다. 연구자의 동기가 불순하든, 정치적·경제적 압력이 가해지든, 결론이 불편하든 간에 과학은 증거를 따라 나아간다. 이것이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이다.

 

인류가 던진 어려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과학이 걸어온 길은 하나의 장대한 서사시와 같다. 그 여정에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있었고, 번뜩이는 영감의 순간도 있었다. 멈추었다가 다시 나아가기도 했고, 때로는 막다른 길에 부딪히기도 했다. 거대한 장벽을 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과학은 언제나 인간의 편견과 두려움, 그리고 기득권과 싸우며 진실을 향해 나아갔다. 이보다 더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세상에 또 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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