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 19:27ㆍ기타/해외여행
같은 곳을 두 번 여행한다는 건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를 다시 보면 미처 보지 못한 장면을 다시 보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이전 여행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도 있고, 시간이 모자라거나 실수로 미처 볼 수 없었던 곳을 볼 수도 있다. 처음만큼 신기하거나 설레는 마음은 없지만 말이다.
2009년 간사이를 혼자 여행 다녀온 게 왠지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2011년 다시 가족과 함께 간사이를 여행 다녀왔다. 8월에 간사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한여름에 간사이를 간다는 건 좀 무리한 일이다. 아이들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내 발등은 화상을 입었다. 명탐정 코난에서도 간사이 명탐정은 얼굴이 좀 까맣다.
지난 간사이 여행에는 <고베>에 다녀왔는 데 이번 간사이 여행에는 <고베>를 빼고, <나라>를 넣었다. 나라는 사슴으로 유명하고, 아이들은 사슴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아이들과 하는 여행은 너무 어렵다. 너무 어리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조금 어리면 불평불만이 많고, 그냥 어리면 따라다니지 않으려 한다. 부모 마음에 뭐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다.
당시에 예산이 넉넉하지 않고 사람이 많은 탓에 한인민박을 잡았다. 다다미 냄새가 물씬 나는 일본의 협소 주택이었다. 어른은 다다미 방이 재미있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여러 모로 정신이 없고, 일정을 헷갈려서 꿈에 그리던 <지브리 박물관> 표를 사놓고 못 가본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데...이제는 이전의 지브리 박물관은 사라졌고, 새로운 테마파크가 생겼다고 하니 더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 사진이 대부분이라 제외하면 <나라> 사진만 남는다. 아직 <나라>의 박물관이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남아있다. 아쉬워하지는 말아야지, 언젠가 또 가더라구...
<나라>는 뭐니뭐니해도 사슴이다. <도다이지>에서 돌아다니는 길거리의 사슴이 먹을 걸 달라고 자꾸 들이받는다.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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